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싸움을 하며, 세월 켜켜이 쌓인 감정을 일깨워 피상이 아닌 본질을 탐구하며, 눈으로 보는 것을 외면하고, 심안을 드러내 대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사진가로서의 가장 힘겨운 싸움일 것이다. 사진 속의 여행이란 일상의 고리타분함을 벗어나 무작정 떠나는 회피가 아니다. 낯선 공간에서 비가시적인 문학적 감성을 느끼고, 철학적 사유를 해야 하는 일이기에, 힘겨운 육체노동보다 교감을 통한 감정노동이 고단하고 막막한 것이며, 그것이 사진이 어려운 이유이다.
사진을 도구로써 생각하는 가정은 사진기를 이용한 창작이나 소스와 같은 전혀 다른 활용의 제시일 뿐이지 사진 자체의 정의를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배운다는 것을 기계를 배운다는 방향으로 잘못 설정하는 경우와 같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간 속에서 과거와 기억이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란 개인적인 경험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에서 삶의 이면을 보고, 비가시적인 사유들을 미로의 구조 속에 투영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진이야말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예술이자 언어가 되는 것이다.